[BL] 어느 호모충의 고백 작품신고
작가 사이언티스트  
작품활동 최근등록일 19.12.10 13:17 / 연재시작일 2019.12.07
독자활동 조회 79 | 추천 5 | 선작 10 | 평점 비허용
연재편수 첫회보기 작품용량 28.93 Kbytes
작품소개(줄거리)


# 실화 바탕의 이야기입니다. 팩트와 픽션의 비율은 6:4 정도
# 돼지, 패배자, 게이 새끼로 살아가던 서도현이 다이어트 후 전학간 학교에서 소꿉친구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 + 그 후 고등학교 졸업후의 이야기까지.



'나는 남자고, 남자를 좋아한다.'




"심청이가 있잖아."


상훈이는 그 말을 하며 뺨을 몇차례인가 긁적였다. 그리곤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도 고백하는 것 마냥, 쑥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유리창을 넘어온 노을빛이 그가 입고 있던 교복 셔츠 자락을 부셨다.


"걔가 용궁에서 돌아오고 나서, 왕이랑 결혼했잖아. 그 다음엔 봉사 잔치를 열었고, 아버지를 다시 찾으려고."


그때까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만 있던 나는 그제서야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심청전? 봉사? 심봉사? 갑작스레 터져나온 뜬금없는 단어들이 낯설었다. 부지불식간에 조곤대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

이 황당했다. 그런데도 뭐라 할 수 없었다. 핀잔을 날리거나 맞장구를 쳐주어야 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후에 겨우 겨우 아버지를 찾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눈에 보이는 그의 모습이 너무 묘했기 때문에. 창문 밖에서 떨어지고 있는 태양 빛에 반짝이는 그가 아지랑이

처럼 아스라히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바라던,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주문을 외는 마법사 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지."

"어?"


클리셰처럼, 클리셰에게 배신당한 사람처럼, 그 말을 들은 나는 움찔했다.

상황을 이해하려 애를 쓰는 중이었다. 가지런히 접히는 저 눈웃음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 눈웃음 사이로 보이는 갈

색의 눈동자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이 모든 광경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답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맨처음 담배를 폈을 때와 같은 두통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전주곡 같은 두통이었다.

이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상훈의 말이 이어졌다.


"심청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을 번거잖아. 그런데 그 후에도 심청인 당연하다는 듯이 아버지

는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한 거지."


세상엔 변하길 바라는 것도 있고, 변할 거라 망설임 없이 믿는 것도 있고, 변하길 바라면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짓는 것도 있다.

갑자기 넌 나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는걸까, 근데 사실 알 것도 같아, 아니 모를지도 모르겠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주상훈이 헷갈렸다. 그를 추측하거나 예측할 수 없었다. '혼란스럽다' 라는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모든 말에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저.. 갑작스레 내가 어딘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뿐이었다.

쿵, 쿵.. 그렇게 나는 변하며, 내 안의 무언가를 자꾸만 떨어트렸다.


"이게 뭔 의미일것 같냐?"

"어? 어... 그게."


쿵, 쿵.. 그 어떤 질문에도 감히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가슴 속, 내 갈비뼛 속, 내 심장 속 무언가가 자꾸

만 떨어졌다.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유년일까. 어쩌면 혹시,


"얘기 제대로 들었어? 왜 얼을 타고 있어."

"아니 그냥.."

"서도현 똑똑하잖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이해했지?"


그렇게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사람의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이팔청춘의 시기에'



"내가.. 널.. 정말 미안해. 불쾌하겠지만.."

[...하.]


그의 한숨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입김처럼 스며들어왔다. 흘러 들어온 그것은 단박에 나의 폐부를 찔렀다. 하지만

나는 나의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너무 마음이 컸다. 차마 삼킬수 없었다, 나는 내가 불쌍했다.


"진짜 미안한데.. 내가 널 좋아해."


그리고 별안간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 났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그의 목소리가 묘하

게 붕 떠있었다. 나는 내가 간과했던, 혹은 간과하려 했던 소리를 곱씹었다. 스피커 폰이잖아..

나는 그제서야 현실이 실감이 났다. 이것은 꿈도 아니고 내가 주인공인 연극의 무대 위도 아니었다. 뺨을 스치는 한

파가 날카로웠고, 지금 내가 서있는 이 땅은 지나치게 단단했으며 그리고 여기 있는 나는,


[야, 이거 누구냐? 딱봐도 걔 아냐?]

[너 서도현이지. 서도현 맞지?]

[와.. 맞다니까.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얘 완전 씹 호모충새끼라니까?]

[좆극혐.]


그래.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마음조차 혐오될 수 밖에 없는 호모충일 뿐이다. 낄낄거리는 목소리들 사이서 다시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겨워 씨발.]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네명의 남자를 만난 이야기고'



"쟤 어떠냐고."

"..."


박성준의 얼굴이 잔뜩 구겨진다. 그럼 불구하고 나는 늘어져 있던 내 몸을 추스릴 의향이 전혀 없었다. 부들거리는

그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단 표정으로 관망만 할 뿐이었다.


"야, 내 추천이 꼬와?"

"..."


그는 이를 악 문채로 내가 던지는 질문 모두를 씹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렴 상관 없었다. 네번의 질문 모두 대

답을 바라고 하는 질문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우리의 대화는 이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코스터만큼이나 의미가 없

었다.


"말 해, 꼬우면 형이 더 잘해볼게."

"...말을 꼭 그런 식으로.."

"너 지금 나한테 따져?"


그에게 이딴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나를 변명해보자면.. 이게 그런거지. 큰 사건을 겪고 난 사람이 트라우마를 겪는

것 처럼.. 아니, 조금 다르다. 쟤도 마냥 나쁜 놈만은 아니었어 하는 악당들의 클리셰처럼, 나 또한 그런거겠지.

사연이 있으니까 악행을 거듭하고..


"하..... 형 갑자기 왜 그래요?"


마침내 그가 땅이 꺼져라 한숨 쉬며 나의 의도를 물었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글쎄, 내가 너를 손절하는 게 아

닌 거라면 이쯤에서 말해줘야 하는게 예의겠지. 하지만..

그 순간 잘 정리 된 그의 쉼표머리가, 그가 입고 있는 캐주얼 수트가, 은은하게 맴도는 향수 냄새가 나의 신경을 건

드렸다. 댕그란 무쌍의 눈동자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너 나, 쟤 꼬시는거 안 도와줄거야?"


내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그가 대답 대신 혀를 내두른다. 그러곤 간신히 다시 무언가 말할까 하다 끝내 시선을 돌린

다. 앞에 놓여져 있던 칵테일 잔만 응시한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 웃어보였다.

자유 연애. 말이 좋아 자유 연애지 쓰레기와 뭐가 다를까. 이 바에 우리가 자리를 잡자 마자 내가 내뱉은 말이 그것

이었다. '자유 연애 하자구, 꼭 해보고 싶었어, 너라면 해줄 것 같은데' 듣자 마자 당황하던 그의 모습이 꽤 볼만

했었지. 멍청한 표정으로 멍청한 서운함을 내비쳤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오래된 어떤 모습을 발견했지만..

가설라무네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음.. 중요한건 허벅지지. 나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테이블 아래에 있던 손을 움

직였다.


"허벅지 그만 만져요."

"왜? 흥분돼?"

"...그럼 나도 만져도 돼요?"

"아니 그건 좀."

"하..."


내가 단칼에 그가 다시 한숨을 내뱉는다. 귀여웠다. 귀여워서,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낙관적인 마음이 들자마자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앉아 있는 이 곳이 단단했다, 손 끝으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이 따듯했다. 그리고 나는.. 어딘가 망가져있는 것 같아. 내가 멍해지자 그가 나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연

다. 눈치도 빠르지, 나는 네 눈치를 하나도 살피려 하지 않는데. 입술이 절로 비틀렸다.


"그.. 적당히는, 만져도 돼요. 저는 좀 참아볼게요."


박성준의 눈과 코, 입을 보고 있자면 버려진 개새끼가 떠오르곤 한다. 버려진 개새끼가 같잖은 위로를 던져왔다. 그

래, 같잖은 위론데.. 테이블 위에 있던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어색해 보였다. 나는 무심결에 그 손을 잡았다.

잡고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 다시 컨셉을 잡고 말하기엔 불현듯 몰려온 현실감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섹스나 하러 가자. 형이 모텔비 쏠게."


나는 다시, 또 다시, 회피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떨리는 몸을 숨길 수 없었다. 이 밤, 이 가로등 아래에서 그가 내리는 차갑고도 무거운 판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입술이 열릴 때 까지 난 그렇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오랫동안 내가 그리워 했던, 내 앞에선 침묵만 치키던 그가 마침내 명했다.


"나는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나는 죽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너 죽으면 아무도 모를텐데. 너랑 나 사이."


죽는 것 보다 더 싫은 일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내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경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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