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콱하고 막히는 듯한, 그런 거북함을 머금은 채 겨우 뱉어낸 말은- 이름이 아니었다. 혹시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어 한 발자국 다가가자 상대는 차분한 미소를 띄워 보였다. 그 시절, 그 시간에 멈춰진 채 자신의 안에서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그렇게 참담함을 확인 사살 시키던 존재는 이렇게 변해 있었다. 그 사실을 천천히 자각하고나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히메지마씨.”
어째서일까. 미처 지워내지 못한 듯한 울음이 섞인 음성이라, 멍하니 있던 정신을 다잡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뚝, 뚝. 또 다시 눈가를 가득 메우는 물기가 가차없이 흘러 넘치며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건 상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리내어 나오지 않는 울음을 억지로 내리 누른 채, 눈물을 흘리는 ‘그 아이’는 참기 위해 짓씹고 있던 입술을 푼 뒤 허리를 서서히 숙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허공을 맴돌던 손이 멈춘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뭐, 라고 해야할까.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감각에 당황스러워서 답지 않게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다. ‘그 아이’는 이내 허리를 곧게 핀 다음, 흘러내렸던 물줄기를 옷소매로 닦아낸 뒤 붉은 기가 역력한 눈가를 곱게 휘어 보였다.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요. 원망해도 좋아요. 당신을 괴롭게 만든 그 대가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니까.”
“…….”
“…자기만족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도 그럴게.”
스윽,
“이 곳은, 당연하게 내일을 바랄 수 없는 곳이니까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거니까.
이어지지 않은 그 말을 들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것 같은 아이를 가만히 응시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