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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게시판에 글썼다가 여기에 올립니다. 처음이고 다른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 첫 소설 도입부입니다 . 비평 부탁드립니다.
    고견 추천 0/2017.09.10
    1. 길을잃다.
    20년의 세월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이 유영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세상물정 모르는 귀족들과, 용병들을 상대로 날치기를 하던 유영의 눈앞에,
    꽂히다, 반하다 같은 동사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외모의 여자가 있다.
    백금색의 긴 머리카락, 금색 눈동자, 뭔가 찾고 있는 걸까? 지나치게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그녀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불안함으로 가득 차있다.

    주제넘은 소리고,
    물론 아직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 이런 빈민가에서 돌아다니기엔 너무 과분할 정도다. 그는 그녀를 이런 위험한 곳에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온 귀족이라면 후환이 두려워 양아치들도 접근하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유영의 오랜 부랑자 생활로 봤을 때 절대 귀족이 아니다.
    이건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생각될 거다.
    귀족의 상징인 인장이 없고, 옷도 살짝 두꺼운 푸른 로브를 입고 있다.
    귀족은 단언컨대 아니다. 유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영은 걸음을 옮겼다.
    평소에는 여자만 봐도 굽실거리기 바쁜 그가 오늘은 어디서 말붙일 용기가 난건지 그녀의 앞에 섰다. 기회는 다시 찾아오는 안일한 것이 아니니까, 그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 용기를 냈다.
    그는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말을 건네 본다.

    “이봐, 이런 데를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수십 번도 더 머릿속에서 말을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뜬금없다, 분명 뭔가 잘못됐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참견이란 말인가, 그는 말을 꺼내 놓고 열심히 자신을 자책하며 그녀의 눈을 피했다.
    수치심과 두려움이 가득 찼다.

    그녀는 초장부터 삐딱한 태도로 유영에게 물었다.
    “네놈도 나를 노리는 인간인가?”
    유영은 생각지도 못한 적대적인 태도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아니야. 그냥 여긴 왕국의 빈민가고, 너같이. 아니 그 미안.”
    말은 더듬고, 얼굴은 빨개졌다.

    상대가 나빴다.

    “아니라면 꺼져라.”

    그녀의 섬세한 입술과 대비되는 거친 언어가 튀어나왔다.
    너무 소심했던 걸까, 유영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의아했다. 아니, 얼마 안 가 납득했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
    덧붙여 그는 인간으로 태어난 걸 처음으로 살짝 후회했다.

    그녀는 지나쳐갔다.
    유영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아쉬움,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는 멀어져 가는 푸른 로브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녀가 유영의 시력범위 밖으로 사라져 갈 때,
    곳곳에서 그녀를 노리던 놈들이 기어 나오고, 개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단도를 휘두르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당연했던 거다.

    “한 달은 걱정 없을 정도의 여자가 이런 촌구석에 있다니……. 역시 그 돌팔이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
    “형님, 이정도 물건을 팔면 한 달이 아니라 10년은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이것저것 앞뒤 생각할 것 없이 유영은 무모하게도 그녀에게 달렸다.
    앞만 보고 죽어라 뛰어서 그녀를 따라잡았다.
    도망쳐야 했다. 곳곳에서 저들의 패거리가 막아서고 있었다. 수는 대여섯 명 정도, 유영은 늦기 전에 그녀의 손목을 잡고 골목으로 뛰었다.
    “미안!”

    “잡아! 뭐하는 놈이냐 저건!”
    이곳이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이곳의 지리는 그의 머릿속에 빠짐없이 각인되어 있다. 한 양아치는 진짜 진심으로 달렸다.

    다만 혼자서 그랬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잔뜩 찢어진 푸른 로브가 축 늘어졌다.
    그녀가 있던 곳에는 사람 크기만 한 은빛의 커다란 늑대가 순식간에 장정들의 목을 물어 뜯어갔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그리 복잡한 말을 뱉진 못했다.
    “살려줘! 제발.”
    우두머리는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리고,
    순식간에 부하들은 저 늑대의 이빨에 목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뒤였다.
    그리고 이제 우두머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목이 떨어지는 소리는 둔탁하다기 보단 '질척'하다는 걸 이 기회에 유영은 깨달았다.
    유영은 이제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20년 인생 도둑질만 일삼으면서 키워온 배짱이 있다.
    정말 힘든 세월이 스쳐 지나가면서 살짝 눈물이 났다.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 느낀 이런 감정에 목숨을 잃어도, 놀랍게도 후회가 없을 만큼 그녀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이젠 그 금색의 눈동자가 유영의 모든 것을 뱀처럼 훑어내고 있다.
    아무튼 그는 공포에 눈을 질끈 감았다.



    2. 가치증명

    그가 예상했던 일은 애석하게도 일어나진 않았나 보다.
    아니, 충분히 그가 마음 한편으로 예상했던 일은 일어났다.
    그녀는 전라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대도 역부족이다.
    이상에 가깝기에 너무도 비현실적인 작태다.
    백금색의 머리칼이 조금 헝클어졌다.
    심지어 입가에는 피를 잔뜩 묻힌 채로 태연자약하다.
    유영은 그런 그녀를 아직 정면으로 마주할 수준이 아니다.

    “뭘 보고만 있는 거냐? 네놈도 저들과 한패였던가?”

    “아니, 나는……. 그냥 여기 사는 사람이다.”
    유영은 본능적인 공포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시시하구나, 너는 죽일 가치도 없다.”
    그저 인간이 개미를 볼 때의 눈과 비슷했다.
    어디서 밟혀 죽든지 간에 그녀는 티끌만큼의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유영에게는 가치가 없다.
    유영은 갑자기 치기가 어렸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면?”

    “틀렸다, 인간에겐 가치가 없다. 자각해라, 넌 그 미개한 힘으로 뭘 해보겠다는 거냐?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니야. 돕고 싶다고 생각해. 분명 네가 이런 빈민가에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곤란한 일이 있다고 느꼈어. 인간을 모르잖아? 확실히 알겠어. 난 적어도 이곳을 잘 아니까 도울 가치가…….”
    그는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눈치와 감각만큼은 뛰어난 유영은 자신의 이런 오만한 태도가, 지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지 잊어버린 그 태도가 원망스러웠다. 긴장했던 게 분명했다.

    “건방지군, 모른다고? 네놈들이 한 짓은 잘 알지. 내 가족을 죽이고, 그 피를 남김없이 마셨다. 우리를 섬기던 그들은 끝내 우릴 배신했다. 널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길 바란다.”

    그녀는 무섭도록 눈을 흘기며 뒤돌았다.
    “넌 몰라! 넌 분명 모든 인간의 시선을 끌 거다! 죽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

    “오냐,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해라.”

    “적어도 죽일 가치는 있나보지? 내게 널 도울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겠다. 언제든 필요 없어지면 날 죽여라!"
    그는 말재주는 자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눈치만 봤다.
    고아였으니까, 또래들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더 이상 앞도 뒤도 없는 지금 그는 처음과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허세와 도발, 종이 한 장의 차이다. 그가 반격하지 않았다면 분명 물렸을 거다.
    자칫하면 자극할 수도 있다. 아니면 사소한 호기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는 그 한낱 사소한 호기심에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

    “그래, 확실히 널 죽일 가치는 있게 되었다.”

    실패였던 걸까? 유영은 그나마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입이 이토록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죽이진 않겠다. 보여라, 이번엔 널 살릴 가치의 증명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적어도 목숨은 건졌을 것이다. 언제든 내게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너는 죽는다.”

    호락호락하진 않다. 정말이지 확고한 진심, 그 어떤 거짓도,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도울 가치가 없다면 유영은 죽는다.
    유영은 확실히 깨달았다.

    “옷은 입는 게 좋을 걸, 방금처럼 강도들이 꼬이지 않으려면…….”
    유영은 다 찢어진 푸른 로브를 대신해 자신이 쓰던 낡은 담요를 가져왔다.
    그는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 가까이 갈수록 도저히 그녀를 마주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집창촌의 여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이지…….
    그렇게나 노골적으로 드러난 가슴이, 구름처럼 하얀 피부가, 그의 눈앞에 있다는 것이 새삼 그를 절벽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떨어지게 되면 분명 목부터 떨어질 것이다.
    그는 간신히 긴장의 끈을 유지한 채로 쭈뼛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무서운가? 걱정되나? 눈을 애써 피하는구나, 그렇다면 네놈도 시시한 놈이구나.”
    ‘미친, 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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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글 다른 세계에서 시작하는 하나의 리벤지를 연재하게된 yesir세닉입니다 yesir세닉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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