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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의 비평
    흰콩 추천 5/2013.11.29
    외전- 던전 클리어



    1.


    때는 초봄으로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있는 산에 조금씩 봄의 푸르름이 번져나고 있었다.
    어느 기사 한명이 군마도 타지 않고 호젓한 그 산길을 걷고 있었다.

    작은 산처럼 쌓인 흰 눈더미를 피해 도르르 말린 새잎을 내는 새싹들 사이로 작은 새들이 그것들을 뜯어먹다가 그를 쫓아오곤 했다.

    호젓한 산길은 조금 더 넓은 마차가 다니는 길을 만나서 넓어지고, 그 넓어진 길은 포석이 깔린 도로가 되어 어느 마을까지 닿는다.
    오랜 여행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기사는 천천히 걸어 마을로 들어섰다.

    번화한 마을은 사람들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장장이가 불위에 얹어 달군 쇠뭉치를 두드리는 소리와 야채와 고기를 파는 상인들의 소리, 그리고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리까지.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렇지만 기사는 이 마을에 온 목적이 있었기에 마을의 광장을 지나 계속해서 나아갔다.

    멀지않은 마을의 외곽, 가까운 산에서 물이 쏟아지는 폭포의 소리가 가득히 들리는 어느집 앞에 그는 멈춰섰다.
    폭포에서 내리는 물은 각종 이른 꽃이 핀 정원이 딸린 집 주위를 돌아 마을로 흐르고 있었다.
    꽃들과 작은 관목들 사이에서 노래하던 새들이 새로운 사람을 보고 포르릉 날아 더 큰 나무로 옮겨간다.

    기사는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의 징검다리를 건넜고, 문 앞에 다다라 그 나무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오."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듯 금방 들려왔다.



    2.


    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것은 천장까지 닿은 책들의 산이었다.
    무너져내린 산처럼 가득히 쌓인 각종 책들이 무더기로 쌓여있고, 벽의 양쪽에는 무거운 책들이 빼곡히 쌓여, 책의 산 양 옆으로 작은 길을 내놓았을뿐이었다.
    그런 책의 집 한쪽 구석 창가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이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자를 찾아왔습니다. '조문던전'을 돌파하고 그 보물을 성취하려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책상에 앉아있던 짙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이가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온다.
    그는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전연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현자요."

    "정말, 당신이 그 '독자'로 불리는 현자인가요?"

    "그렇소. 나를 찾아온 걸 보니 당신은 '작가'라고 부르는 용사인가봅니다."

    "미천하지만 그렇습니다. 저와 조문던전의 보물을 찾아가시렵니까?"

    "그건 나의 본분이니 당신을 따라가겠소. 그러나 떠나기에 앞서, 당신은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까?"

    현자의 말에 용사는 자신의 검과 갑옷을 보여주었다.

    "이 검은 '설정'이라는 엄청나게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겁니다. 그동안의 모험동안 단 한번도 깨지거나 이가 나가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갑옷은 '고증'이라는 만고불변의 암석을 갈아만든 대단히 튼튼한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방패가 없군요."

    현자는 책 무더기 속에서 큰 상자 하나를 찾아 열었다.
    그 안에는 묵직해보이는 큰 방패하나가 천조각에 싸여있었다.

    "이걸 받으시오."

    "이게 무엇입니까?"

    "이것은 적의 공격을 막고, 반사해줄 수 있는 '피드백'이라는 방패요. 실로 중요한 장비가 아닐 수 없으나 많은 이들이 그 무게때문에 무기만 들고갔다가 사라졌소. 당신도 그걸 놓고가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장비하는것을 권장하오."

    "... 단순히 무겁다는 이유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겁니까?"

    "그렇소.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것을 경히 여기지. 그 방패를 들지 않아도 되는 이는 '완벽한 인간'뿐이오."

    용사는 잠자코 그 둥근방패를 들었다.

    "이제 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길을 안내 해 주시지요."



    3.


    조문던전은 아름다운 마을과 가까운 산에 있었다.
    산길은 예전부터 사람들이 다녀서 이미 그곳까지 길 안내가 필요없어보였다.

    용사와 현자는 어느 바위 밑에서 샘 솟는 곳을 만나 목을 축이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왜 그 던전을 조문던전이라고 합니까?"

    "그곳은 이곳의 지명인 조x라 와 문x아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오. 그러나 그곳은 언제부턴가 마물들이 들끓는 마굴로 변해버렸지.
    모두들 그곳을 평정하고 안정을 찾아줄 용사를 찾고있소. 그리고 많은 용사들이 도전했으나 그들은 대부분 죽고 말았소.
    그래서 나는 매년 그곳으로 조문을 간다오. 그래서 조문 던전이오."

    용사의 이전 시대에도 많은 용사들이 있었고, 빛나는 업적을 세워 길이 칭송받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손꼽을 정도였고 나머지 용사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걸 생각하니 용사는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으나, 다시 현자와 함께 길을 떠났다.

    ...

    두어시간쯤 걸었을때, 어느 앙증맞고 예쁜 동굴의 입구가 나타났다.
    때 이른 화사한 꽃들이 가득 자라난 곳은 아름다운 나비와 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용사와 현자는 그 허리께 까지 오는 무성한 꽃밭을 지나 마굴로 들어섰다.
    곧 텅텅거리는 빈 소리가 공허한 동굴의 입구에 울려퍼진다.



    4.

    뜻밖에도 동굴 안쪽은 바깥에서 본 것처럼 밝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부드러운 빛을 발광하는 버섯들이 뭉치로 자라면서, 그 푸르고 녹색빛나는 빛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정과 벽에 난 구멍들은 산 위에서 부터 동굴까지 연결되며 그 황금빛 빛줄기를 내리고 있다.

    -바스락

    용사가 안쪽으로 걸음을 내딛을때, 무언가 작은것들이 큰 소리를 내며 밟혔다.
    용사가 허리를 굽혀 바닥을 자세히 보자, 그것들은 무수히 많은, 작은 보석들의 원석이었다.

    그가 한웅큼 들어 보자, 그의 손 위에선 각종 예쁜 색으로 비치는 보석들이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그건... '프롤로그'요."

    "그런데... 왜 이런것들이 여기에 잔뜩있습니까?"

    "그것은 많은 이들의 흔적이오. 처음의 계획은 원대했고, 프롤로그에 잔뜩 공을 들였으나 그것으로 끝이었소.
    그렇기에 이토록 보석처럼 반짝이지만 크지 못하고, 부족한 끈기와 준비없는 섣부른 도전으로 멈추고 말았소."

    -끼이이긱!

    현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작고 흉측한 것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났다.
    용사는 깜짝 놀라 칼을 빼들고 방패를 들어 전면을 막았다.

    "현자여, 이 작은 마물들이 무엇입니까?"

    용사가 채 묻기도 전에 작은 마물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용사는 방패를 쳐내어 그것들을 떨쳐버렸고, 바로 달려들어 한칼에 베어버렸다.

    -끼기기기기기기!

    무수히 많은 그것들이 내는 시끄러운 소리는 정말로 끔찍했다.

    "조심하시오! 그것들은 '비 독창성'이오! 이것들은 다 이름이 있고, 그들 하나하나가 특수한 능력이 있으니 조심해야 하오.
    각각 '어느날 눈을 떠보니'와 '어느날 잠에서 깨보니','나는 죽었는데 깨어나보니'라고 하오!"

    용사는 현자의 말을 듣고 다시금 달려들어 시끄럽게 우는 마물을 칼로 내리쳤다.
    그러나 그 순간, 그 작은 마물이 순간적으로 차원이동을 해서 회피했다.
    용사는 다시 그 근처의 마물의 머리를 내려쳤으나 용의 그것처럼 단단한 비늘이 생기며 불꽃을 튀기며 칼을 튕겨냈다.

    "이 무슨!"

    "주의해야하오! 그들은 대부분 약하긴 하지만 차원의 틈으로 발을 들일 수 있고, 처음부터 드래곤의 힘을 보유하며, 마법을 쓸 수도 있소!"

    용사는 그것들과 끈질기게 싸웠다.
    그것들의 공격은 약했고, 이따끔 귀찮은 방어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의 횟수에는 한도가 있었고...
    곧 기진맥진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것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용사는 주변에 흩어진 '비 독창성'이라는 것들의 파편들을 돌아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현자님, 왜 이런것들이 이런곳에 있습니까! 그리고 왜 이다지도 많습니까!"

    "... 그것은 열의만 가진 이들이 가장 빠르게 생성할 수 있는 것이기때문이오. 다른 사람이 만드는것만 보고도 따라할 수 있소...
    그래서 그렇게 많은거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하루에 열댓명씩 내 모험기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한것을 차근차근 모아가며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 만든것을 보십시오. 최악입니다... 온전한 형태조차 갖추지 못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있고 뒤죽박죽이며, 앞뒤도 맞지않습니다..."

    "진정하시오. 그래서 그들은 약하고 크게 성장하지 못했소."





    5.

    현자와 용사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동굴은 안으로 걸어갈 수록 넓고 각종 식물들과 신비로운 버섯들이 가득히 자랐다.
    이들은 이 식물들이 피우는 청초한 꽃의 향기로 기력이 다시 솟는것 같았다.

    "독자라 불리는 현명한 현자님, 이 조문던전의 보물이라는게 대체 뭔가요?"

    "그건 나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숱하게 도전했지만 그 보물을 얻은 이들은 알다시피 매우 적기때문이오.
    그렇지만 그것은 매우 아름답고 굉장히 고귀한 물건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갑자기 용사는 서늘한 느낌을 느꼈다.
    그 즉시 용사가 방패를 들어 자세를 잡는 순간,

    -파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기며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기습이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어둡고 흐릿한 그림자가 굉장한 속력으로 압박해들어왔고, 용사는 엉겁결에 방패를 들어 막았다.

    -캉!

    다시금 방패에 불꽃이 튀기며, 그것이 굉장히 예리한 공격임을 알 수 있었다.

    "뒤를 조심하시오!"

    용사가 현자의 경고에 몸을 틀며 칼을 휘두르자, 무언가 금속이 푸른 불꽃을 튀겼다.
    그 순간, 그 불빛에 어느 미소년의 얼굴이 언듯 보였다.

    "제법이군... 그러나 계속해서 받아낼 수는 없겠지."

    목소리는 용사의 뒤에서 들려왔다.
    용사가 몸을 돌리자, 어느결에 세명까지 늘어난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미청년들이었다.
    그들의 대장인듯한 호리호리하고 뽀얀 젊은 남자가 단검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 옆으론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잘생긴 청년과 뜻밖에도 병약해보이는 이도 있었다.

    "독자를 내 놓아라. 그러면 순순히 보내주마."

    "뭐라고?"

    "혹하지 마시오! 당신도 저들처럼 맹목적인 이가 될거요!"

    "그렇다! 현자는 나의 길잡이다."

    "그렇다 이거지..."

    미소년은 능글능글 웃었다.

    "그럼 방법이 없겠군. 힘으로 빼앗는 수밖에."

    용사는 그의 말에 방패를 바짝 붙여 잡았다.

    "잠깐."

    그때, 그 남자들 사이로 어둠속에서 나오는 이가 있었다.

    그는 뜻밖에도 어린 소녀였다.
    소녀는 이해할 수가 없게도, 어떤 잘생긴 남자의 목에 개목걸이를 하고 끌고있었다.

    "역겹군... 노예인가? 마음껏 짓주무르는?"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용사."

    소녀가 귀찮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너는 우리의 힘이 어떤지 모를것이다. 너도 곧, 우리와 한패가 될 것이다.
    너는 우리가 가진 힘의 파급력이 어떤지도 모르고 있다.
    우리는 네가 가진 한명의 현자보다도 더 많은 현자를 거느리고 있다. 모르는가?
    그냥 현자를 내놓는게 좋을것이다."

    "웃기지마라! 그런 더러운 상상력에 내 모험을 팔지 않을거야!"

    "뭘 모르는군... 너의 존재 자체도 상상력이라는걸 모르는가?"

    "난 너와 다르다! 너희들은 밖으로 나와선 안될 더러운 범죄다!
    나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발돋움 하기 위한 발판이고, 그로 더불어 현실에서 눈을 뜨이게 함이다!
    나는 너와 같이 남의 노력을 도둑질해, 이미지를 도용하지 않고, 실존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팔지않는다!"

    용사는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얼마되지않아 용사는 아까와 같은 공격을 막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게되었다.
    순간 순간 급소를 노리며 보이지도 않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갑옷과 방패에는 자잘한 금이 생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공격이 횟수가 뜸해지더니, 더 이상 아무런 공격도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또 나타난 그들과 비슷한 부류들이 싸우고 있었던것이다.
    얼마되지 않아 또 다른 세력이 충돌하면서, 3파전으로 번지고 있었다.

    "용사여! 이때 입니다!"

    현자는 용사의 손을 잡고 어두운 구석으로 이끌고 갔다.
    그리고 상황을 보아서 여전히 치고 받는 이들의 주위를 돌아 빠져나온다.

    "현자님, 대체 저들이 누구입니까? 그리고 왜 서로 싸우는 겁니까?"

    "저들은 BL 이오. 많은 이들을 그 선정성과 가벼운 강령으로 많은 이들이 현혹되었지...
    그러나 그들을 자처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소...
    또... 많은 용사들이 그들에게 물들었소."



    6.


    그들이 그렇게 계속 나아가고 있을때,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용사님! 현자님!"

    그들은 뜻밖에도 그들과 같은 용사들이었다.

    "저들은 '아류작'이라하오. 다른 사람의 인기에 편승해서 비슷하게 꾸미는 이들인데, 너무 신경쓰지 마시오."

    현자가 미리 주의를 주었다.

    "용사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용사께서 앞길을 터놓을 덕에 우리가 이리도 쉽게 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경박하게 웃으며, 용사가 뚫은 길을 감사해 하면서도 조금 깔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웃고 떠들며 용사가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들은 용사가 장비한 것에대해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어디서 났는지, 그것이 얼마의 값어치를 하는지를.

    용사는 그들의 시제를 돌리고자 질문을 했다.

    "이보시오들, 그대들의 현자는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한무리의 어중이떠중이 무리는 용사의 현자를 가리켰다.

    "그는 나의 현자입니다."

    "당신의 현자 역시 나의 현자입니다."

    그러더니, 그들은 재밌다는듯이 한바탕 웃어댔다.
    용사는 정말 그들이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났다.

    "어째서 공으로 보물을 얻을 생각을 합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있습니까?"

    용사가 묻자 그들 무리가 다시 크게 떠들고 웃으며 대답했다.

    "뭡니까, 설마 여기까지 왔다고 재는 겁니까? 이제 좀 당신의 모험기를 보는 이가 좀 생겼다고 그러는겁니까?
    나도 현자입니다. 용사님. 이러시면 안되죠. 그리고 내 생각엔 당신의 고증갑옷이 좀 흠이 있는것 같군요."

    "그건 아까 설명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잘 듣지않고 또 물으면 곤란합니다."

    "뭐야, 하여간 이렇다니까! 사람이 성질하고는!"

    그들은 또 소리를 지르며 용사를 방해했다.
    그러나 용사는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 했기때문에.

    다행히도, 그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동굴 바닥에서 넘어졌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고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 그들은 금방 지쳐 따라오지 못했다.

    남의 길을 따라 온 이들은 앞으로의 길을 개척하지 못했고, 계획도 없었기때문에.




    7.

    용사와 현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얼마쯤 나아갔을까.
    그렇게 계속 나아가다 밝은 빛이 들어오는 어느 넓은 홀과 같은곳을 만났다.

    그런데, 그 중앙에 어떤 인영이 서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 인영은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다.

    "저자가 누구입니까? 우리의 적입니까?"

    "쉿! 조심하시오. 저자는 정말로 위험한 자입니다. '게임물'이라는 자인데... 저자만큼 요사이 강한자를 듣지 못했소."

    "그러나 저 자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용사는 용감하게 앞으로 나섰다.

    "조심하시오! 저들은 '먼치킨'이 대부분이오! 아무리 약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엄청난 운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오!
    처음부터 먼치킨이 아니더라도 곧 먼치킨이 되오!"

    현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왜소해보였던 게임물이 갑자기 무언가 외치기 시작하더니...

    "인벤토리! 엘더 드래곤 갑주! 초대 기사단장의 방패! 어둠의 화염검!"

    게임물의 몸에 엄청난 무기들이 장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물이 알 수 없는 약을 삼키자, 굉장한 기세를 내뿜는 검은 기운에 둘러싸여 두배는 커지고 말았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게..."

    경악을 금치못하는 사이, 게임물은 한손으로 들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검을 높이 들고 용사를 후려쳤다.

    -쾅!
    -후륵

    굉음과 함께 용사는 자신이 막은 방패가 자르르 떨리는걸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열기가 방패로 부터 전해오며, 화염이 뜨끈하게 밀려왔다.

    그러나 용사의 발이 충격에 동굴 바닥이 깨지며 파고들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콰강!

    다시금 거대한 검이 옆으로 내려쳐지며 튕겨나가고 말았다.

    -쿠궁
    "크윽!"

    용사는 동굴벽을 산산히 부수며 박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힘을 내시오, 용사여! 그대의 모험을 보고 있는 현자들이 한둘이 아니오! 그대의 모험이 끝이나면 그들 역시도 모험이 끝난다는걸 잊지마시오!"

    용사는 가까스로 근 8년동안 수련을 했던 체력으로 버텨내었다.

    "여기까지와서...! 질 순 없어! 난 너보다 오랜 세월을 수련했다!
    비록 네가 엄청난 현자들의 힘으로 단시간에 성장했다 한들, 날 이길 순 없어!"

    그는 일어나 게임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게임물의 방패는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칼을 몇배의 힘으로 튕겨냈다.

    -쾅!
    "크윽!"

    그렇게 용사가 비틀거릴때, 다시 일격을 맞고 말았고, 용사는 땅을 뒹굴고 말았다.

    "크윽, 제길...! 내가 저런 근본도 없는 녀석에게...!"

    용사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작은 환약을 꺼냈다.
    그는 급히 그 환약을 싼 종이를 풀었다.

    종이에는 그를 후원하는 보이지 않는 현자들이 몇날 몇일 동안 그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감사의 말이 적혀있었고, 그 종이에 싼 '추천글'약이 있었다.
    용사는 벌써부터 그 종이에 적힌 글귀들을 보는 순간 몸에 힘이 돌아오는것을 느꼈다.
    추천글약을 삼키자마자, 그의 갑옷과 칼에 난 흠들이 사라지고, 몸에 난 상처들이 단번에 나았다.

    그간의 모험을 후원하며 끊임없이 응원해준 이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싸울 힘을 주었다.

    용사는 다시 일어나 싸웠고-
    근 열번을 넘게 쓰러졌지만 현자의 도움과 약의 추천글약, 리플약의 힘으로 그만큼 또 일어났다.

    "이제껏 희생당한 나의 영혼들이여!"

    그가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쓴다.
    그의 쩌렁쩌렁 울리는 함성에 땅속에서 각자 다르게 생긴 용사들이 흙을 뚫고 일어났다.
    그들은 지금의 용사가 있기까지 희생을 감내한 이들로, 차례차례 일어날때마다 몸집이 커지고 무장이 좋아졌다.

    "이젠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 나도 저 영혼이 되지않는다!"

    다섯 영혼용사들과 함께, 용사가 다시금 게임물과 격돌했다.

    한동안 폭음과 동굴이 흔들리는 진동이 수십차례 오갔다.
    그리고-

    "... 결국엔 내가 이겼다."

    -쿵!

    거대한 몸집의 게임물이 쓰러졌다.

    게임물은 쓰러지자 모래로 변해 사그러들었다.

    "보았습니까, 용사여... 저것이 게임물의 원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물의 모험엔 얻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운으로 노력없이 뭐든 쉽게 얻지요... 그리고 그들은 상상속에서 또 상상의 삶을 사는거요..
    고통도 없소. 있더라도 적지요. 그리고 생명을 잃더라도 '당신'처럼 죽지 않습니다..."

    모래는 천천히 부서지며 낮게 깔렸다.

    "이제... 이 보다 강력한 적은 없겠지요? 아마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 이와 싸우느라 많은 힘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더 한 적이 없기를 바랍니다."




    8.

    용사와 현자는 그후로도 많은 모험을 함께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보이는 거대하고 화려한 문이 보이는 곳까지 당도했다.

    이제 그들의 앞을 막는 이는 단 한명 뿐이었다.

    "이제 저 지키는 자만 물리치면 보물은 우리의 것입니다!"

    용사의 본능이 이제 저자만 물리치면 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껏 많은 위험이 있었죠. 중도에 죽을 뻔도 하였고, 또 그만둘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곧 입니다. 현자님! 이제 저자만... 저자만..."

    용사는 기세가 등등하게 칼끝으로 그를 가리켰으나 금방 목소리가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맙소사... 저자는... 저자는... 대체..."

    아까와는 다르게 용사는 모든 전의를 잃었다.
    현자는 그가 그럴줄로 알았다는듯 이마를 감싸고 난감해했다.

    "현자여, 대체 저 자가 누구... 누구입니까! 어째서...!"

    현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용사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였다.

    "저자는 어떻게... 나의 모습과 저토록 닮았습니까? 어떻게 해서..."

    "저자의 이름은... '표절'이오..."

    용사는 싸우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아아... 어떻게, 어떻게... 내가 가진 '설정'검과 장식만 다를뿐이지 완전히 똑같습니다!
    내가 몇년동안이나 공을 들여 만든 검을... 그리고 나의 모습과 너무나도 같습니다...!
    난 대체 그동안 무얼 한겁니까? 나와 똑같은 저 자를 어떻게 이긴단 말입니까?"

    "고통스럽지만 참아야합니다."

    "참으라고요? 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아십니까? 저자와 싸울수도, 싸우지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용사는 온몸의 기운이 빠졌다.

    "힘을 내시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나는 진짜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같이 해온 나를 생각해보시오. '표절'은 스스로 무너질겁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조금만 참아보시오."

    현자의 말이 사실인듯, 거짓말처럼 표절이 불에 닿은 양초처럼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녹아서 바닥에 흐른다.

    그러나 그 잔재는 사라지지않았다.

    "그래도 흔적은 남는군요..."

    "'표절'은 보통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소이다..."

    현자는 용사를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용사를 이끌고 그가 녹아버린 표절을 보지못하게 멀리 돌아갔다.

    "그러나, 그 뿌리가 당신에게 있는 이상, 당신보다 더 나아질 순 없소... 결국 그 끝은 자멸이오."

    그 후로도 표절이 녹아버린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9.


    그들은 거대한 문 앞에 섰다.
    거대한 금속제의 문은 양쪽으로 굳게 버티고 서서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 세개의 공물함이 보입니다. 아마도 세가지의 공물을 넣어야만 문이 열리는거겠죠."

    "그렇소. 역사서에 적힌대로 이곳이 마지막 관문입니다. 그 세가지 공물을 알맞게 넣어야 문이 열리고, 그 안에있는 알 수 없는 보물이 드러난다고 하오."

    "현자여, 이제껏 현자께서 이끌어 주신만큼, 그 공물이 무엇인지 알것 같습니다."

    첫번째, 구리로 만든 함에 독자인 현자가 준 '피드백' 방패를 넣었다.

    "이것은 내가 여기까지 훌륭한 모험을 지속할 수 있게 적으로부터 빈틈을 없게 만든 방패야."

    두번째로 은으로 만든 공물함에 '설정'검을 넣었다.

    "이것은 내가 여기까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으로 인도해준 검이야."

    그리고, 이제 마지막 세번째, 금으로 만든 고귀한 상자만이 남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상자 하나요. 거기엔 무엇이 들거갈것 같습니까?"

    "그것 역시도 문제가 없습니다."

    용사는 배낭에서 무언가를 빼내 현자가 보지못하게 금 상자에 쏙 집어넣었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궁

    굉금과 함께 요동도하지 않을것 같았던 큰 문이 열렸다.

    "드디어! 문이 열렸소! 이제껏 용사, 당신과 함께 이 던전을 헤쳐오면서 단 하나의 목표였던것이!"

    현자와 용사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안쪽의 제단안에 굉장히 크고 밝게 빛나는 보석이 있었다.

    보석은 스스로 찬란한 빛을 내면서, 사방에 그 어른거리는 밝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현자님... 정말 우리가 이것을 찾아 모험한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용사는 그 찬란한 큰 보석을 잡아보았다.

    "지혜로운 현자여, 이 보석은 무엇입니까?"

    용사의 질문에 현자는 대답했다.

    "그것은 '완결'이라는 보석이오... 이 세계에서 가장 얻기 힘든 보석..."

    "그렇군요... 그 이름대로 이 보석을 갖게 되면 우리의 모험은 끝나는거군요."

    "그렇소. 정말 그동안의 모험은 추억이 될테고, 아름다운 별이 될거요."

    그러나 용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잡았던 찬란한 보석을 도로 제단에 놓았다.

    "왜, 그 고생을 하고 그걸 가져가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이 모험이 끝나는것이 두렵습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그동안, 힘들었지만 즐겁지 않았습니까. 이 모험은 용사인 나 자체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것을 가지면, 당신도 사라지게 될겁니다. 당신은 이 모험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니까요."

    "하하! 정말 그렇소."



    10.


    용사와 현자는 다시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이제 던전이 파훼되고 다시 호젓한 산길을 걷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다른 던전을 찾아 떠날 예정이었다.

    산에서 녹은 물이 흐르는 어느 개울가에서, 그들은 진흙이 묻은 신발을 닦고 먼지도 털어냈다.
    그들은 돌에 앉아 쉬며, 그간에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현자는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어 용사에게 묻는다.

    "용사여, 조문던전의 세개의 공물함중에서, 가장 귀한 금 상자에 넣은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나는 가장 귀했던 모험의 산물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소."

    "그것 말입니까?"

    용사는 팔짱을 끼고 하늘을 잠시 보았다.

    "... 그간의 내 모험의 고통을 잊게했던, 계속 되는 강행군속에서 찾았던 단 하나의 휴식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거요?"

    용사는 다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맥주."

    현자는 그말을 듣고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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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글 다른 세계에서 시작하는 하나의 리벤지를 연재하게된 yesir세닉입니다 yesir세닉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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