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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폰님의 『엘프? 알프!』를 읽고.
    에레나델 추천 0/2013.05.21
    이 비평은 하이폰님이 예전에 자유게시판에서 열린 ‘3명이서 한 작품 5줄로 비평해보기’ 내기에서 제 작품을 비평하신 뒤, 본인의 작품도 비평해달라 부탁 주셨기에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미리 말씀드리는 바, 이런 식의 비평은 하이폰 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어찌보면 처녀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적, 감사히 받아드리겠습니다. 다만 비평을 하기 전에 주의드릴 점이 있습니다.

    하이폰님의 작품은 장르가 라이트 노벨Lt Novel 입니다.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바, 대체로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로 정의되는 것 같군요. 이 부분에 혼란이 많이 왔습니다. ‘가볍다’는 것이 작품성보단 대중성을 높게 쳐준다는 뜻인지, 그렇다면 대중문학과 같은 맥락으로 읽어야할지, 혹은 그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건지, 라이트 노벨에 문외한은 저로서는 짐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애매한 정의精義로는 안 하느니만 못 할 것 같아,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 비평에서 장르 특성을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작품성과 상업성 둘다 중요하게 생각하여 볼 것이고, 이런 관점의 비평이 과연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는 하이폰님이 구별하여 수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설픈 관념으로 혹 유용한 충고가 될 수도 있을 조언을 체에 거를까봐 이렇게 결심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세요.

    그럼 비평 시작하겠습니다.

    하이폰 님의 『엘프? 알프!』는 알프(Alf)라 불리는 ‘선청성생식소퇴화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약간 sf 냄새가 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알프(Alf)는 ‘초능력자’로서 발현될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0.01% 존재하는데, 이를 이용하려는 여러나라의 알력싸움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알프(Alf)인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알프(Alf)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치외법권 알프 도시에 사실상 격리 조치 됩니다. 이후 주인공은 초능력자 폭주 사건으로 인해 비초능력자인 줄 알았던 자신이 초능력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12화까지 나와 있습니다.

    『엘프? 알프!』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세계관’ 입니다. ‘알프’라는 특이한 요소가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엘프? 알프!』라는 작품의 승부수이겠지요. 세계관을 얼마나 수준높게 완성하느냐에 따라 작품성과 인기 모두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엘프? 알프!』라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이 소설의 핵심 소재는 ‘알프’, 즉 특이한 세계관이기 때문이지요. 이 점은 SF 소설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성입니다.

    그러나 『엘프? 알프!』는 세계관은 엉성하고 사건은 인과가 비틀렸으며 심리는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확일화적이며 인물들은 개성적이다기 보단 통속적입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작가가 설명과 묘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생각이 얕으며 작품에 깊이를 넣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관에서 필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계관이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구분될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장점이자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데 엉성합니다. 우선 엉성한 점을 구체적으로 짚는다면

    *세계관

    -도대체 굳이 알프와 엘프를 구분한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한 말장난이라면 당장 버리세요. 제목부터가 『엘프? 알프!』일 정도로 '알프'를 강조하시는데 이 '알프'가 '엘프'와는 무슨 차이가 있기에 그리 강조하시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엘프'라는 말로 바꿔도 기존 '알프'가 가진 특성들이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갑니다. 이유를 밝혀주셔야 합니다.

    -2편에 이런 문단이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하버 엘킨스라는 학자는 긴 수명과 임신 없는 섹스 그리고 중성적인 미의 구현인 알프는 밈(meme)과 유전자(gene)의 진화 경쟁에서 밈의 승리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며 알프는 진화된 인류의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학계에서는 단지 생식능력이 도태 되었을 뿐인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돌연변이로 본다.

    '이기적 유전자' 읽어 보셨나요? 거기서 밈은 인류가 진화를 할 때 중간 숙주로서 유전자를 이용했듯이 비유전적 요소, 즉 문화 전반에서 유전자 역할을 한 존재를 뜻합니다. 즉 문화의 단위, 양식, 유형,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이것을 '밈과 유전자의 진화 경쟁에서 밈의 승리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문구에 풀이해보면 대충 '알프는 성욕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판타지에서나 볼 수 있는 영원한 처녀와 숫처녀로, 지극히 문화적인 존재다' 라고 해명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해석본을 들고 기가 막혔습니다. 우선 '밈'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문적인 용어입니다. '이기적 유전자'야 인문학을 좀 읽으셨다 싶으신 분들은 다 아실 테지만 현대 문학의 기본 독자층은 '불특정 다수' 라는 점을 잊으셨는지요. 하이폰님은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소수의 사람보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지 않은 대다수를 존중하셔야 했습니다. 굳이 밈, 을 넣고 싶으셨다면 당연히 주석을 달아야하는데 그 마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설가는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적어야 합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설령 밈을 알고 있는 독자라고 하더라도 이 문단을 쉽게 읽을 수 없습니다. '밈의 승리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나타났다면 어떤 식으로,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알려줘야 하지요. 작가님만 아시면 그게 글입니까.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게 '문화'를 무슨 '고급스러운 귀족적인 형태'로 생각하시고 계십니까. 왜 중성적, 무성욕이 문화 승리의 결과로 가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하버 엘킨스는 성모 마리아라도 숭배하는 극단적인 연구자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째서 문화<->성욕 이 되는지 납득 좀 할 수 있게 글에 풀이한 문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들이 중성적인 모습이라 성욕이 없다는 뉘앙스가 나왔는데 나중에는 '생식을 안 하니까 섹스에 문란할 것 같다는 편견'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실제로도 문란한 알프는 존재하기는 한다는 말도 나왔고요. 이 모순 좀 해명해주기 바랍니다. 아참, 덧붙여 문단 전체가 통째로 한 문장이더군요. 완벽한 비문입니다. 덕분에 난독성이 높아졌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문장을 가르고 주어, 서술어, 목적어, 수식어가 일치하는 지 보기 바랍니다.

    -'초능력자'가 어느 정도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비유하자면 핵과 비슷한 위치인지), 혹은 군사적 우위 외에도 사회,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비유하자면 히어로, 슈퍼스타적인 영향)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나라들끼리 알력싸움을 하고 '치외법권' 도시까지 만드는 행태 자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초능력자가 만들어지면 그 초능력의 영향은 어느 정도이며, 초능력자는 인간과 무슨 차이가 있으며, 초능력을 이용하여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나라들이 경각심과 탐욕을 품게 됐는가,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치외법권' '격리도시' '초능력자는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라는 설정을 보고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프리카의 한 치안이 좋지 않는 나라에 사는 '알프' K가 어느 날 초능력자가 됐다고 해봅시다. 곧 그 나라 상부층 혹은 반란군이 K를 눈치채게 되겠지요. 이들이 순순히 K를 국제도시로 보낼까요? 천만에, 반란군의 경우 K를 마약과 폭력으로 세뇌시켜 자신들의 또 다른 무력으로 삼을 것이며 K의 존재를 철저히 숨길 것입니다.(목격자가 나올 수 없도록 한 마을을 통째로 몰살한다던지, K의 능력이 장거리일 경우 본진에 숨겨놓고 초능력만 야금야금 쓴다던지 하는 식으로) 상부층의 경우도 다를 바 없겠지요. 또 다른 나라와의 훌륭한 외교 카드로 써먹거나 혹은 전쟁 도구, 혹은 반란군을 진압할 무력으로 볼 것 입니다. 그들 머릿속에는 절대로 '이 나라 밖으로 보낸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습니다. '먼저 잡은 놈이 임자'라 여기는 거지요. 막말로 '초능력자는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는데 K가 이 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이(나라는 혼란하고 국민들은 굶어죽고, 전쟁 한창 난리 중인데) 얼마나 되겠다고 그 놈을 보내버립니까? 안 보내지요.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도 대놓고 그런 짓만 안 저지를 뿐 초능력자 알프가 나타났다 하면 그 즉시 그의 모든 아이덴티티를 말살, 소거하고 비밀 기관에 집어넣겠지요. 대표적으로 보내는 놈들은 구실만 간신히 맞출 정도로 약한 놈들로 하고요.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그들은 '초능력자'를 우러러보지 않습니다. 그는 훌륭한 도구이고 도구로서 끝날 것입니다. 왜 그들이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만 합니까? 우리나라에서 기껏 나왔는데 걔가 일본으로 가면 얼마나 국력이 소모되고 상층부들은 짜증스럽겠냐 말이에요. 그리고 '격리도시'에는 초능력자와 초능력자가 아닌 알프 모두 들어가 있다는 설정, 과연 좋은 결론일까요. 앞편에서 초능력자는 '술'(덧붙여 약간의 마약 성분.)만 마셨는데도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알프들을 죽여 버리려고 했습니다. 맙소사. 알프들은 소중한 '예비 초능력자'예요. '초능력자' 한명 튀어나오면 국력 운운할 정도인데 알프 초능력자가 알프들을 몸소 죽이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엄청난 손해입니다. 적어도 초능력자들은 개인 숙소를 마련해주었어야 해요. 잘못해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면 그 범위가 만만치 않은 이들을 공동생활에 우겨넣는다니요. 그리고 '비능력자' 알프가 '초능력자'가 되었을 때 과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까요? 그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따라서 왜 '치외법권'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럼 알프들의 평화로운 도시 라이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텐데요. 전 왠지 범죄가 우글대는 광란의 도시가 생각납니다. 오히려 언제는 상시 진압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돌아다니고 엄격한 법 조항이 존재할 것 같지 않나요? '초능력자'의 능력이 큰 만큼 그것을 막기 위한 족쇄도 당연히 튼튼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알프' 초능력자와 그냥 초능력자의 차이점을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알프'가 점점 시시해지고 있어요. 지금 다 읽은 결과 알프의 특징은 별 것 없어요. 무생식. 무성. 혹은 약간의 특징적인 유성.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끝.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알프의 이런 특성과 초능력자가 연관되지 않아요. 후편에 갈수록 단지 뻔하디 뻔한 초능력물 배틀 뉘앙스 밖에 나지 않습니다. 특이한 세계관이라는 장점을 스스로가 갉아먹고 있어요. 게다가 '알프'의 생활상이 리얼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의 가치관, 언어, 삶, 그 모든 것이 보통 인간과는 다를 게 뻔해요. 하지만 그것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고, 드러날 만한 곳에서는 엉뚱하게도 '보편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가령 2편에서 남자 알프이지만 '여성'이 되길 원하는 알프, 일명 류쾅의 반누드를 목격한 장면에서 그 오류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우선 '코피를 쏟을 뻔' 했다는 묘사. 왜요? 알프는 성욕이 없다는 걸로 압니다만(성욕이 보통 인간과 똑같이 존재한다면 '성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해 보이는 알프도 흔하다'라는 문장 자체가 나올 수 없습니다.) 왜 '건전한 성인 남자'의 제스처를 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뒤이어 류쾅은 신경질을 내면서 문을 닫고, 주인공은 재빨리 사과합니다. 하지만 과연 사과할 필요가 있을까요? 알프는 '성'에 관대합니다. 애초에 자신이 염색체상으로 남자, 여자라고 해도 특징은 두드러지지 않으니 다른쪽 성을 쉽게 오갈 수 있겠고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흔합니다. 이들은 '성의 구별', 즉 다시 말해 '성에 대한 예의범절'에 대해 무관심해요. 그들은 굳이 성을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여자화장실을 갔던 알프가 오늘은 성을 바꾸기 시작해서 남자화장실을 갈 수도 있어요. 알프들은 그런 모습을 서로 흔하게 봐왔을 터인데, 왜 알몸 보여주는 정도만 가지고 화를 내야 할까요. 주인공은 류쾅의 반누드를 봤을 때 '아 미안, 누가 있는 줄 몰랐네.'라고 무덤덤히 말하면서 문을 닫아야했고 류쾅도 '조심해' 정도만 하고 일이 마무리 됬을 겁니다. 누구도 '남자가 여자의 반누드를 목격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내가 다른 사람의 반누드를 목격했다. 아, 미안하네.' 정도지요. 흡사 동성친구끼리 목격당한 듯한 그런 무심함이 있어야 합니다. 말이 되지 않아요. 그리고 참 이상한 일입니다만, 류쾅이 점점 일명 '히어로'가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말이 되요? 알프가 '다른 성'에 관심을 가집니까? 그들은 차라리 자신과 평등한 대상,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정신을 가진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겠지요. 엄연히 말했을 때 알프들은 모두 양성애자입니다. 그들은 '성'으로 사랑의 대상을 구별하지 않아요. 그들 자체가 '성'을 초월했으니까. 그러나 류쾅에게 '정신적으로 교감이 된다' 적인 부분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문체

    -설명 조가 많군요. 세계관이 독특하니 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서 설명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는 말은 변명입니다. 설명을 뜨문 뜨문 하시거나, 아니면 묘사하세요. 알프의 몸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던가 혹은 보편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알프는 이렇다'고 정보를 전달하라는 말씀입니다.

    -묘사 한심합니다. 묘사가 아니라 설명을 하고 있어요. 가령

    이 청년이 뒹굴고 있는 방은 책상 두 개와 이층침대가 놓여있는 원룸이었고, 에어컨의 사용은 추가요금이 붙기 때문에 이용하기를 미뤄둔 상태였다. 불의의 사고로 선풍기가 맛이 간 지금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가서 신청하는 일도 귀찮기 짝이 없는 짓이르모, 속으로는 투덜거렸다.

    이걸 제가 고쳐보면 이렇습니다.

    창 너머로 햇살이 걸쭉하게 흘러들어왔다. 책상 위에 넘칠 듯 고여있는 햇살은 곧 방바닥에 떨어질 모양새였다. 공기는 늪처럼 진득했다. 숨 한 번 쉬기도 버거웠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키지 않은 원룸은 가히 지옥불에 끓이는 듯 했다. 이층침대와 책상 두 개, 그 마저도 아슬하게 들어가는 비좁은 곳이었기에 더 숨이 턱턱 막혔다. 남자는 밭게 단침을 삼키며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에어컨을 켜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그마저도 곧 잊혀지는 것을 느꼈다. 뇌가 녹아내리는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불과 맞닿은 등이 속수무책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이 청년이 뒹굴고 있는 방은 책상 두 개와 이층침대가 놓여진 원룸이다'라는 설명이 아닌, '가구가 별로 없는데도 좁은 원룸, 창문은 높게 달려있어 문 열고 닫기도 번거로운 원룸, 한 여름 공기는 끈끈하고 햇살은 무섭도록 내리붓고 사람은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이걸 묘사하란 말이예요. 정말 눈앞에 보고 있는 듯, 오감을 모조리 동원해서 말이지요. '선풍기 고장' '에어컨 추가요금' 이런 거 넣을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잡소리가 많아요. 쳐버리세요.

    -가끔 생뚱맞게 '대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아마도 1편에 나왔던 남자라고 생각됩니다만, 글의 흐름을 자꾸 깨트려 먹습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지금까지 문맥만 와창창 깨뜨리는 주범이예요. 쳐버리세요. 저라면 이런 식의 대사가 나온 순간부터 선삭했을 겁니다. 그 대사 때문에 이 편 전체가 '낙서장'처럼 변하고 있어요. 진지한 장면도, 웃긴 장면도 말입니다.

    -어설픈 드립은 안하느니 못합니다.

    -왜 묘사가 필요한 부분에서 묘사를 안하시나요. 게다가 심지어 설명 불친절. 전 아직도 3편에 나왔던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인간처럼 생긴 괴물, 그래, 그게 뭐요? 인간처럼 생겼는데 왜 '괴물'입니까? 무엇을 보고 '괴물'이라고 생각했죠? 전 그걸 모르겠습니다.

    -3편에서 느꼈지만, 싸움씬 못 쓰시더군요. 싸움씬 쓸 때 문장은 왠만하면 긴 것 보단 짧은 편이 호흡이 더 빠르기 때문에 급박함을 더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묘사는 적확하게. '딱딱한 벽이 가시처럼 등에 박히다' 잘 이해되지 않죠. 그리고 쓸데없는 수식어('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비행) 넣지 맙시다. 괜히 호흡 길어져요.

    -맞춤법이랑 띄어쓰기 좀 하고 오세요. 가끔 오탈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을 연재하시면서 그런 기본자도 모르시면 안 되죠.

    -혼잣말은 적당히 앞의 문단에 끼어넣습니다. 굳이 혼자 독립해서 한 문단으로 처리해버릴만큼 임팩트가 있는 혼잣말인지 회의가 드네요.

    -아니 대사에 "켈룩, 커업," 같은 기침소리가 실제로 들어가다니...충격과 공포였습니다. 기침소리는 그냥 따로 기침을 한다고 묘사하세요. 제발요. 의성어로 표현하지 마시고요. 대사에 그런 거 넣는 게 아닙니다.

    -대사 상당히 어색합니다. 문어체인 것도 있고, '왜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싶은 대사가 많습니다. 구어체 연습 좀 하고 오세요. 채만식 소설 추천합니다.

    *심리

    -주인공의 성격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걸 작가님이 억지로 ‘얘는 이런 놈이다’ 라고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발 캐릭터 묘사 좀 합시다.

    *주제

    -12편이 초기이다보니 당연하겠지만, ‘주제’ 라고 할 만한 부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크온 결과 설정을 먼저 짜놓으시고 주제를 나중에 생각하신다고 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겁니다. 소설에서 주제, 즉 하고 싶은 말은 아주 중요해요. 하고 싶은 말이 날것 그 자체로도 아주 강렬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면 필력이 딸려도 그대로 사람을 훅 끄는 매력이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을 뒤늦게 만드시면 어떡합니까. 그 때문에 12편, 초반부 임에도 불구하고 글이 휘청휘청 무게감이 없는게 눈에 보이잖아요. 글에서 ‘이걸 넣어야 한다’ 싶은 장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제를 위한 장면, 인물, 스토리, 그것이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요. 그게 이 글이 가볍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입니다. 주제가 없으니 사람들이 결국 기대하는 것은 ‘초능력 배틀’ 정도 밖에 없어요. 본인이 ‘알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신다 했으면 그에 대한 직접 우러나오는 주제 또한 가지셔야지요. 주제를 찾은 뒤 설정을 붙여야지 설정을 만들고 주제를 붙으시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주 나쁜 버릇이예요. 고치세요.

    *개연성

    -어떻게 바로 초능력자인 걸 알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다른 쪽으로 이유를 찾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십니까? 게다가 주인공 초능력의 케이스는 세계 최초일 텐데 과연 의심조차 안 할까요? 너무 쉽게 초능력을 찾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주인공 능력이 몇 번이나 써지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야지 그제야 납득을 할까말까 합니다.

    -무려 스카웃 단체에서 온 건데 여자가 너무 허술합니다. 주인공에게 속내까지 들키다니요. 말이 안 되지요. 주인공 같이 평범한 남자 속내 따윈 내려다볼 정도로 머리 좋고 능숙한 사람이면 몰라도요.

    -초능력자에 대한 안보 없습니까? 초능력자가 미약 성분이 든 술을 먹고 취해서 테러 수준까지 벌어졌는데 말이 됩니까? 초능력자가 이성을 잃을 경우 그 폭력적 행위는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텐데 그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당연히 감시 체제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못하시나요. 그리고 막말로 초능력자가 미약이 아니라 독약을 먹었으면 어쩔 겁니까. 국제적 손실이 아닙니까. 이해할 수가 없네요.

    -주인공 초능력을 확실히 실험하기 위해서 비밀리에 초능력이 봉쇄된 일본인 초능력자에게 싸움을 걸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되지요. 살균된 지역에서 절제된 실험을 통해 증명하지 않고 이렇게 과격한 방식으로 하면 돌발행동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요. 주인공이 죽거나 혹은 일본인 초능력자가 죽으면 그 손실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하고 쓰신 건가요.

    -주인공 주변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이 ‘알프’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주변에 ‘알프’가 많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알프’에 대해 잘 알겠구요. 그런데 류쾅을 보고 다짜고짜 ‘여자 친구’ 운운 합니다. 왜죠? 류쾅이 ‘알프’라는 생각은 못하나요? 그리고 ‘알프’는 엄연히 말하자면 양성애자에 가까운데 과연 보편적인 ‘이성 친구’의 개념으로 다른 사람들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요? 저는 오히려 그런 뉘앙스는 피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마치 게이 친구에게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해도 ‘야, 니 이성 친구냐?’ 라고 묻지 않는 것처럼요. 그냥 ‘친구 예쁘네’ 정도면 몰라도 이성적 애매모함이 있는 대상에게 그런 말을 쉽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여동생에 대한 심리의 어색함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말씀드렸으니 패스하겠습니다.

    -류쾅 성격이 이해가 안 갑니다. 너무 가벼워요. 그리고 너무 여자예요. ‘알프’ 특유의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습니다. 그냥 ‘류쾅’이 여자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설명과 묘사

    설명은 묘사 외에 드러나기 힘든 부분(과학적 사실 따위)을 밝히는 것이죠. 묘사는 대상에게 ‘보이는’ 부분을 그려내는 것이고요. 그런데 하이폰 님의 글은 묘사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것임에도 설명으로 때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설명은 독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지루해해요. 따라서 최소한만 써야 합니다. 최대한 설명 대신 묘사를 하도록 하세요.

    *관념

    -‘알프’. 이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딱히 드러난 적이 없어요. 알프에 대한 관념을 통속적이지 않게, 다방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보셔야지요.

    *문단 구분

    -어색합니다. 문단 구분 똑바로 하세요. 이을 만한 부분은 잇고 강조할 만한 부분은 따로 쓰세요. 이 문단 구분을 요령 좋게 하는 방법은 사실상 필력을 높이는 방법 밖에는 없기 하지만(이건 거의 감으로 하는 거니까) 왠만하면 문단 구분은 잘 안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너무 난잡해져요.

    *마치며

    쓰다보니 자꾸 떠먹여주려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 있을 뿐 물을 먹는 것은 말의 몫이지요. 그래서 몇몇 부분은 아예 삭제했습니다. 모쪼록 좋은 피드백이 되길 빌겠습니다.

    그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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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글 다른 세계에서 시작하는 하나의 리벤지를 연재하게된 yesir세닉입니다 yesir세닉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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