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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픽] [유주/신비]희소(嬉笑)
    연재편수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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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결날짜2019.11.23 21:51| 작품용량297.6 Kbytes

    조회3,029|추천153|선작68|평점비허용

    작가정보

    coron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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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십년째백수 추천 3/2019.11.27
    코로나크 작가의 글은 무던하다. 특출난 상황도, 특별할 서사도, 두드러지는 인물도 소설에 주로 등장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흘긋 책장을 열었다 그 심심함을 흘긋 맛보곤 다시 책장을 덮는 대신, 그 안을 보다 골몰히 살펴본다면 그 너머로 혀끝을 찔러오는 다른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글은 단순히 무던하기만 하지 않다. 작가는 무서울 정도로 현실성에 집착한다. 주로 서사적 도구라고 이야기되는 작법론, 갈등의 구성 등도 그는 그의 판단에 현실성이 부족하다 느껴진다면 가차 없이 배제한다. 단순히 평범하고 무던한 소설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을 흔하게 흉내 냈을 뿐인 이야기는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 코로나크의 소설은 그러나 결이 조금 다르다, 그의 소설은 겉으로 평범함과 무던함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놀랍도록 우리의 것을 빼닮은 또 다른 세계이고 또 그 세계 속에 숨 붙이고 살아가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한 번 그것을 발견하고 나면 중간에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란 힘든 일이다. 그것이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색채이자, 뚜렷한 장점이다. 세밀하고 명민한 플롯 구성이나 자극적인 소재와 서사 없이도 그는 독자들을 그가 빚어낸 세계 속으로 쉽게 끌어당긴다. 그의 인물들이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누군가’가 고심 끝에 뱉어낸 말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그곳에 있다. 그의 인물들은 단순히 붕 뜬 소설 속의 인물 아무개가 아니라 우리 중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

    그의 지난 작품들을 관통하는 테마는 균열이다. 눈에 보이기엔 터부시할만하지만 분명 그 자리에 한줄 금이 가 있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균열. 어디에나 뻗어 있는 그런 균열이 아닐까. 그의 소설 속 갈등들은 대단스럽지 않다. 평온한 일상에서 다만 어느 한 곳에 금이 가고, 그 틈새가 점점 벌어지며 다른 모양을 품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히 모나지도 않으며 특별히 괜찮지도 않다. 그저 일정한 궤도를 도는 것을 반복하는 현대인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안에, 그들이 느끼는 세계에 자그마한 염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비틀린 공전궤도를 그들은 돌기 시작한다. 붙들고 있겠다 노력한다면 오랫동안 붙들고 있을 법 하지만 그 축이, 그 궤도가 조금씩 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크게 궤도를 벗어난 인물을 잘 다루지 않는다. 그의 인물들은 대신 그 작은 균열을 가지고 고민한다. 그것을 붙들어 볼 것인가, 떨어지는 파편을 주워 그 틈새를 메워볼 것인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돌아서 그것을 무시하고 말 것인가. 그 균열이 점점 크게 갈라지는 속도는 빠르지 않으나 수레바퀴가 그러하듯 결코 멈춰 있지는 않는다. 천천히 돌아가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빠뜨림이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인물들은 어느 순간, 시나브로 쩍 갈라져 있는 균열을 맞이하거나, 맞이해야한다. 어느 선택을 내리든 씁쓸한 정서는 피해갈 수 없다. 균열은 그 자체로 필연적이며 그것을 메우려는 시도는 대부분의 경우에 유예책에 불과하다. 애써 그 자리를 떠난다하더라도 그 균열은 인물들의 기억과 마음속으로 자리를 옮겨와 어떤 식으로든 그 흔적을 남긴다. 결국 그 균열을 완전히 지워내기란 불가능하다. 어느새 생겨난 그것은 그렇게 어딘가의 상흔으로 계속해서 남는다.

    이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각자 조금씩 비틀린 궤도를 붙들고 버티며 공전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 멀리서 보면 평온하지만, 엇나감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균열을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찾아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어느 순간 예고없이 찾아와 우리에게 작은 균열을 안기고, 공전 궤도를 미약하게 비틀어 놓는다. 이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묶고 있는 주박이다.

    *

    이번 희소를 관통하는 작가의 목소리도 다를 바 없이 담담하다. 현수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했어야만 했던 기형적인 관계를 붙들고 있는 사람이고, 신비는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새로운 선택지이다. 타이밍을 놓친 관계를 다만 죽 붙들고 있는 그의 마음은 무엇인가. 결국 미련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을 그는 인정해야했다. 그것을 붙들고 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붙들고 있는 것은 결국 미련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주하기 싫어 다만 선택의 순간을 유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수에겐 유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새롭게 시작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고 다만 이젠 한계에 달아가는 그 끈을 붙잡고 망설였을 뿐이다. 주도적인 결정만이 선택의 행위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내려야만 하는 결정을 유보하고 그 대답을 회피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선택이다. ‘나 언제 구제해줄래?’ 묻는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면, 사실은, 현수는 이미 그 관계의 끝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선택을 회피함으로써 선택을 내린 시점에서 이미 그들의 관계는 죽음을 언도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 때에 유나가 ‘지금.’이라는 대답을 했다고 해도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불을 얻을 수 있었을까. 어렵지 않았을까.

    신비는 입체적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캐릭터다. 그녀는 많은 면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무어라 콕 집어 형용하기 힘든 간질간질한 불쾌감을 그녀가 지니고 있다는 것 정도다. 부정적인 환경에 노출되고 그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은 결국 그것을 만성적으로 앓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 불편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더라도 그 때 노출되었던 그 불쾌감이, 그 정서가 뿌리 깊게 스며들어 이유 없이 곧 잘 배어나오곤 하는 것이다. 신비는 그러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이미 만성이 되어버린 어떤 것들을 주위에 두르고 다니는 사람. 묘한 어두운 면이 있는 사람. 그런 신비가 현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의 주위에서만큼은 밝아지는 묘사가 참 풋풋하고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오롯이 혼자 있을 때와 현수와 같이 있을 때의 색채가 다른 것이 보였던 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큰 재미가 되었다.

    아쉬운 것은 유나의 캐릭터이다. 소설의 집필 과정을 함께하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필자가 아닐까하는 죄책감도 조금 느끼지만, 유나의 캐릭터가 보다 입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녀의 캐릭터는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흔한 무언가~ 에 많이 몸을 의탁하고 있다. 그녀만의 뒷배경이나 서사,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관계란 무릇 쌍방의 것이니, 유나의 시점에서 현수와의 관계를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작품이 한 번 쯤은 제공해 주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작가가 상징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많이 능숙해졌다는 데에 있다. 그가 상징을 아주 교묘히 사용한다거나, 심오하게 배치하는 작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그러나 천천히 곱씹는다면 발견할법한 상징과 은유를 적절히 사용한다. 세련됐다고 말하기엔 무리겠지만, 그것들을 안배하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발전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진심으로 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겠다. 앞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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