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베스트

    Talk! Talk! Talk!

    홈 > 커뮤니티 >
    [문화] 스포)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드래곤음양사 추천 1/2019.05.01
    -반말주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얼마간 실망했었다.

    절대악이던 타노스의 동기를 우주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캐릭터 스토리 서술은 빈약해서 입체성이 부족했고, 가모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디선가 지나치게 많이 본 사연 같아 기대했던 만큼의 포스보다는 제법 진부한 악역이었다.

    특히 전쟁에 대해서, 이건 사견이지만 사실 언제나 나는 히어로들이 왜 꼭 저렇게 싸워야 하나 궁금했는데 마치 변신 만화에서 변신할 때 건드리면 안 되는 것처럼 분명 더 효과적인 살상 방법이 있을 것 같음에도 방패로 후드려패고 싸우잖아?

    이건 히어로 영화를 보는 숙명 같은 거니까 예컨대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처럼 일종의 전제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하는건데, 전쟁씬을 보면서 참 웅장하긴 했지만 '저게 지구의 최선이라고?'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난 뭐 전쟁 영화처럼 좀더 처절하고 으리으리할 줄 알았지... 서로 단거리 달리기하는 것처럼 뛰어가서 박잖아!

    한 마디로 재밌긴 했는데 의외성이 부족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가장 나았던 부분은 그래서 결국 주인공 진영이 패배로 끝난다는 것. 가장 재밌던 부분은 토르의 여정.

    그런고로 어벤져스빠심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었지만 리뷰를 쓸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실 엄청나게 실망하거나 엄청나게 감탄하지 않는 이상 뭔가에 대해 잘 리뷰를 쓰게 되진 않잖아.

    포카칩을 먹었는데 안에 벌레가 들어 있거나 신상인데 엄청 맛있다면 한두 마디하겠지만 그냥 전에 먹어본 그 맛을 기대하고 이미 알고 있는 가격으로 사서 딱 그 맛이 났다면 굳이 그걸로 무슨 반응을 남기지는 않는 것처럼.

    *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런 면에서, 완벽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에 멎었던 내 시간을 멱살잡고 끌어당겨서 후드려패고 울게 하는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의외성으로 가득찼고, 마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그에 상통하는 히어로성, 그리고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부하지 않기란 어려운데 전혀 진부하지 않았고.

    애초에 시작부터 타노스 대가리를 댕강 자르고 시작하는 것부터 '뭘 생각하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이상으로 재밌어질 거야'라고 갈기고 들어가는 느낌이지.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실패로 끝난 타노스 결전 이후, 타노스에게 있을 인피니티 스톤을 다시 모아 살려내기 위해 잔여물 친구들은 다 같이 힘을 합쳐 들타노스한테 쳐들어간다. 웬 뉴페이슨가 했는데 나중에 깨달은 캡틴 마블이 여기에 가세하는 것은 덤.

    그런데 인피니티 스톤은 이미 없었고 타노스는 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스톤의 힘을 사용하는 데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스톤을 도로 없애버리기 위해 스톤의 힘을 전력으로 끌어내 다시 사용한 타노스는 털 것도 없는 거지에 불구가 되어버려 있던 것.

    그대로 패배의 5년이 흐르고,

    이제 여기서 전편에서 복선이 될 거라 생각했던 스콧 랭이 튀어나온다.

    무려 천사백만 분의 일 확률로 쥐 새끼가 우연찮게 버튼을 잘못 건드려 도로 현실세계로 튀어나온 앤트맨 씨는, 양자역학 세계에서의 시간과 현실세계에서의 시간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아니, 5시간이 5년이었다니?

    큰 깨달음을 갖고 돌아온 스콧 랭과 조우한 일당은 타임머신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고,

    어벤져스는 다시 한 번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어 싸운다.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구태의연할 거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엔드게임이라는 의의가 의외성에 큰몫을 더했다. 대미를 장식한다는 명분으로 맘껏 은퇴시켜줬잖아. 마지막에 캡아는 상상도 못했다.

    특히 시간을 넘는 싸움에서 보여준 마블 특유의 감성은 엔딩의 감동과 대비되어 히어로 영화로서의 가치를 더하는 것 같다.

    이건 딱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캡틴 아메리카의 '하일 하이드라'와 아이언맨의 'I, AM, IRON MAN'

    정말 잊지 못할 거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 장면에 '모든 걸 걸고,' 라는 말이 사실 '무슨 짓을 하더라도'라고 whatever의 느낌을 살려직역되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작진의 의도라고 생각되진 않아서 너무 깊게 파고든 게 아닌가 싶지만 재밌는 해석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에서 '우리는 생명을 거래하지 않아'라고 타노스의 대의에 맞서던 어벤져스 멤버는 저렇게 말하고서 이제 타임머신을 타는데,

    나타샤는 자기 목숨을 희생하고 아이언맨과 헐크는 목숨을 걸고 손가락을 튕기고

    시빌워를 치를 정도로 고지식하던 캡틴 아메리카는 '하일 하이드라'라고 외친 후 위기를 모면한다.

    하긴 마지막 코인이잖아, 니네! 당연하지.

    더불어 어벤져스를 처음 본 게 내가 고3일 땐데

    말 그대로 'END'에 어울리는 엔딩들을 보면서 어벤져스와 지나온 세월들이 여운에 한층 그 깊이를 더한 것 같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어벤져스로 이 멤버들을 다시 못 보다니.

    제발 누가 살려줘!

    *

    영화를 보고 온 지 한 시간도 채 안 지났다.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때 리뷰를 쓰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반대로 이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리뷰를 쓰고 싶기도 했다.

    사실 이건 리뷰라고 하기엔 뭐하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 거다. 그니까 영화를 보자마자 누군가한테 떠들고 싶었어.

    근데 참 이게 누구 잡고 감동했답시고 스포하면 죽을 수도 있는 영화라...

    내 점수는 4점 만점에 4점! 다분히 팬심이 반영되었음.

    조회수 : 185|추천 1 추천

    코멘트의 코멘트가 있습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