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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도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고
    드래곤음양사 추천 2/2017.11.16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줄여서 너췌를 완독했다.

    개요는 이렇다. 혼자 있기를 즐기는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자기와는 다른 교실의 중심 인물 여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원인은 췌장의 이상.

    그로부터 비밀을 공유하는 둘 간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사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재밌기 힘든 내용이었다. 누구나 저 짧은 개요만으로도 적당한 스토리를 즉석에서 추리해낼 수 있을 테고, 이미 머릿속에서 읽어낸 소설에 대해 난 호의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나는 로맨스적 감수성도 전무한 편이다. 실제로도 처음, 아마 백 페이지까지는 명백하게 재미가 없었더랬다.

    일부는 내가 코믹스판으로 초중반부의 에피소드를 이미 읽은 일이 기여하겠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둘이 쌓아가는 시간은 소년이 소녀에게 심리적인 유대를 갖게 되기 이전까지 일방적인 한쪽의 푸쉬로 시작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그것을 주인공이 화자 입장에서 그 행동을 서술할 뿐이다. 얼마 간은 끌려다니는 주인공의 일기 같다. 그렇다고 일인칭 주인공이 갖는 심리에 소홀하진 않았지만, 그냥 그랬다.

    그것을 끝까지 부여잡고 보게 한 것은 시한부 생명인 소녀와 소년이 주고 받는 농지거리 대화의 기묘함과 그리고 극적인 캐릭터의 대립이었다.

    남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혼자 있기만을 즐겨 하는 성격으로, 소설 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완결적인 타입이다. 친구도 연인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본인에 대해 갖는 인상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 짓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남들과의 세상'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그는 혼자만 동떨어져 줄곧 방관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여주인공은 그와 전혀 반대다. 그녀는 방관자인 소년과 달리 항상 당사자로서 모든 상황에 대처한다. 예컨대 커피숖에서 어떤 진상 손님이 늙은 점장에게 윽박질러댄다면, 소년은 방관하겠지만 소녀는 벌떡 일어나 대응하는 것이다. 남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는 남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극적인 캐릭터의 대립은 죽음이라는 극적 상황 아래 자연스럽게 둘이 갖게 되는 관계의 개연성을 확립하고, 종반부로 달려가면 둘만의 교류는 어떤 특별한 유대로까지 이어진다. 개요에서부터 느껴지는 사랑 타령의 느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남에게 어떤 감정을 갖을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반전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반전이 나온 순간부터 위의 둘에 대한 설명과 얽히어 점점 재밌어진다.

    관계란즉슨 이렇다.

    여주인공은 죽음이라는 상황을 맞은 당사자로서 자신의 죽음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죽음을 방관해줄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녀의 지인이 그녀의 시한부 생명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살아왔던 삶대로 지인 역시 그녀의 죽음에서 동떨어질 수 없는 당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주인공은 여태 사회 내 무인도에서 살아왔던 존재로서 그런 여주인공의 죽음을 방관하면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 관계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나가 다른 하나를 변화시키는 과정인 법.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죽음에 대해서 언제까지 방관자로 남을 수 있을지가 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

    몇 가지 사족.

    여주인공이 맞는 결말에 대한 반전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키워드로 꺼내들은 '선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제법 아이러니컬한 반전이다.

    사견이지만 반쯤은 장르소설이지 않나 싶다. 저런 극적인 인물의 존재 가능성을 따진다면 있기 힘들다. 그리고 이 소설의 재미도 거기서 비롯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갖고 있을 두 가능성의 극단이 자기이입하기 좋게 튀어나와 시한부 생명이란 명제 아래 어우러진다. 재미 없기가 힘들다.

    장르 소설이란 측면에서 두 번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장르소설답게 적당히 재미있었다. 울 때는 좀 오글거렸지만...

    아무튼, 이제 원작을 읽었으니 영화를 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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