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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의 일기 한페이지는 통곡의 벽이 된 문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서리깃 추천 0/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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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한 현관에 주저앉아 운동화 끈을 묶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놓여있던 배낭을 돌려메고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싸늘한 원룸. 있으나마나한 칸막이로 방을 나눈 근 두 달간 비바람을 피해온 거처.

    몇 번이나, 십 수번에 걸쳐서 고뇌해온 우울한 생각을 애써 물리치게 해 준 선배의 소중한 호의.

    이제 이 방을 나서게 된다는 것은 어찌말하면 그런 호의에서 벗어나 나 혼자서 서게 된다는 의미일 터.

    그렇다면 이 이후로 찾아오는 자살충동은 아마 스스로도 이겨내지 못하지 않을까.

    그럼 참담한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원룸의 현관문은 결코 밀어 열 수 없는 통곡의 벽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 이었다.

    ‘죽는다면, 적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 형태로.’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실종처리가 되어, 영원히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게 제일일 터.

    그 음울한 생각이 고개를 쳐 드는 순간만큼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통곡의 벽은 어서 네가 가고자 하던 길을 찾아라! 라고 말 하는 것처럼 스스로 열려 나를 밖으로 인도하는 것 이었다.

    발걸음이 무겁다.

    한걸음 내딛기가 이토록 힘이 들고 두려운 일 이었나.

    여행을 떠난다. 그 짧은 여섯음절이 이토록 어깨를 무겁게 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 이다.

    하지만 나간다.

    최소한 내 무능함과 무지함과 어리석음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 그들에게 우환거리를 만들어주기 전에-

    ‘내 발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이 방황과 고뇌를 마칠 수 있다면 내 종말이 영원에의 잠이라 해도, 그 또한 좋으리.

    ‘내가 흘러온 시간을 더듬어 걷노라면..’

    어쩌면 나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다시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싸구려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긴 배낭을 둘러메고 방문을 나서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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